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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이 큰 사람은 자아가 약해져서 비난과 비판에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 상대가 직장 동료든 고객이든, 심지어 적이라도 그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일이 힘들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함께 일하는 사람이 힘든 것이지요. 어느 조직이나 사사건건 간섭하며 못살게 구는 상사, 나를 우습게 아는 괘씸하기 짝이 없는 부하 직원 한둘은 있게 마련입니다.

사실 세상에서가장 힘든 일이 '사람 미워하는 일' 아니던가요? 사람 스트레스도 문제지만 그런 동료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는 일은 잘될 턱이 없을 테지요. 도저히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도 화해할 수 있는 방법, '당근으로 만든 채찍'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선 나를 힘들게 하는 동료의 이름과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보기 바랍니다. 그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지금부터 책에서 알려준 대로 심리전술을 써보세요. 

우선 상사가 나를 무시할 때입니다. 그런 상사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오래 일하면 뭐해? 제대로 해야지. 당신은 아랫사람들에게 제대로 일을 나누어줄 줄 모르는 게 문제야."

이렇게 몰아붙이는 상사에게는 방어도 역공도 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십니까?"라든지, "저도 할 만큼 했습니다."라고 항변하는 순간 상사는 제대로 공격할 꼬투리를 잡을 것입니다.

'당근으로 만든 채찍'의 저자 데이비드 리버만은 "주어를 내가 아닌 상사로 놓고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부장님,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부장님께서 그토록 관심을 쏟으신 일인데말입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순간 상사는 대화의 대상이 자신이 되었음에 당혹스러워하게 되고 부하직원이 아니라 자신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합니다.

거꾸로 상사인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하지 않는 못마땅한 부하직원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심리전술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제출하라고 한 서류가 오늘 아침에도 올라오지 않았을 때, 대부분의 상사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김 대리, 기안 작성 아직도 안한 거야? 도대체 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리버만은 이런 식의 표현은 부하직원으로부터 당장 서류를 받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 어린 정성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하직원을 기분 나쁘지 않게 야단치는 화법은 이렇다고 합니다.

"참, 그 서류 다 되었나? 빨리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부하 직원을 주어로 쓰지 말고 일이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하라는 얘기입니다.

"다 했어?"와 "다 되었나?"는 같은 말이면서도 듣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당근과 채찍을 따로 쓰던 기존의 심리기술은 상대를 일시적으로 마지못해 움직이게 할 수는 있어도 상대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내 편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당근으로 마든 채찍'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외부 자극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라고 믿게 하는 방법입니다. 상대가 당근이라 여기고 기꺼이 움직였는데 알고 보니 채찍을 맞았을 때 보다 큰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얘기죠.

당근과 채찍



이 책에 나온 심리기술을 활용하면 내게 적대적인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불만을 품고 떠난 고객의 발길까지 되돌리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구독하는 신문에 불만을 가진 독자에게 이런 부탁을 해보는 겁니다. 

"독자 분의 날카로운 지적에 감탄했습니다. 부디 저희 신문의 모니터 위원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리버만은 도움 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사람보다 상대에게 더 큰 애정을 갖는다고 주장하며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중에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할까요?"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동료나 고객에게 거꾸로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리버만은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나 대금 지불을 미루는 고객과 거래처 담당자에게 독촉전화 대신 안부전화를 걸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채무자가 스스로 연체 상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먼저 말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당근으로 만든 채찍'을 관통하는 심리기술의 원리는 '자아와 자부심이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자아가 강하고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부심이 약하고, 자부심이 큰 사람은 자아가 약해져서 비난과 비판에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직장 동료든 고객이든, 심지어 적이라도 그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리버만이 고안한 '당근으로 만든 채찍'이 정말로 통하는지 한번 휘둘러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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